3번 망한 창업자의 N잡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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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 도전기/스타트업

N잡 도전을 시작하며(3)_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젠틀 2024. 4. 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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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을 살고 싶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직원으로 그리고 창업가로서 지낸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내 마지막 퇴사 이유는 정확히 7년 전과 동일했다. 이 N잡 도전기는 내 시간을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망한 창업가의 기록들을 하나씩 남기기 위함이다. 

(물론 수익형 블로그로 온전히 자리 잡았으면 하는 음흉한 바람이 함께 있다)  
 
 

0.고시원보다 작은 사무실이라니..

3평 남짓한 송도의 작은 사무실(사실 고시원과 비슷하다)에서 우리는 그렇게 고시생과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고시원이었던 이유는 창문! 바로 창문이 없어서이다. 
햇볕을 보기 위해선 밖에 나가야 했고, 창문도 없으니 환기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무실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압도적으로 싼 비용 때문이었다. 
사무실을 찾아보려 구로디지털단지, 가산 등을 전전했지만 대부분 월 100 이상이 필요했고,
우리에겐 그만한 경제적, 심적 여유가 없었다.
 
또한 인천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 각 거주하는 지역 자체가 너무 멀었기에 세 명에게 가까운 지역을 찾기도 힘들었다. 
(인천이 광역시 기준 서울, 부산 다음으로 인구가 많을 정도로 생각보다 크다.. 우리도 바다 보려면 차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한다)
 
그런 이유로 가장 저렴한 사무실, 그리고 모두에게 멀 바에는 한 명에게는 가깝게 잡자라는 이유로
송도의 고시원 같은 사무실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 세 명이 수컷의 냄새(마초적인 수컷의 냄새가 아니라 정말 냄새..)를 내면서 우리는 이 좁은 사무실을 뒹굴렀다.
의자를 돌리면 서로의 숨소리까지 느껴질 만한 좁은 공간에서 아침마다 회의를 했고, 저녁에는 진행 사항을 확인했다.
 

제 예전 뒷모습이니 초상권은 괜찮습니다

 
"중고 휴대폰 거래 플랫폼"이라는 아이템에 대한 것만 확정됐을 뿐 우리에게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중고폰 + 플랫폼 두 개를 결합해 보자는 생각은 단순한 아이디어였을 뿐
어디에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그리고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모든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1.  SK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그때 우리에게 희망처럼 다가온 것이 지금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그 당시엔 낯설었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수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실제 투자까지 겸하고 있지만,
2014년에는 액셀러레이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고 개념조차 너무 낯설었다.
 
돌이켜 보면 SK플래닛 인사이더는 선구자였다. (지금은 물론 그 맥이 거의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그 당시에 낯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배 창업가와 후배 창업가의 만남을 주선했을 뿐 아니라,
데모데이라고 하는 청중에게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시상까지 주는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당시는 2014년이었고 스타트업의 개념도 이제 막 자리 잡고 있었던 때인데
10년 뒤에도 거의 포맷처럼 자리 잡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 데모데이 + 지원금이라니..

벌써 10년이나 더 됐다니, 시간 참 빠르다

 
어차피 중고 휴대폰 거래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는 있으니, 우리의 사업을 뾰족하게 만들고 (사실은 뭐부터 할지 몰랐으니, 도움 좀 굽신..)
대한민국 창업리그라고 하는 신기한 게 있으니 상금도 노릴 겸 참여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12팀 내에 뽑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받게 됐다. 

여전히 스타트업 씬에서 활동하고 계신분들도 많이 보인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받기 위해 
일정이 있었을 땐 서울대학교에, 그리고 평소에는 송도로 오가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때나 지금이나..저런 모자는 구할수도 없을것 같은데

 
이 당시에 서로가 서로의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 같은 걸 운영했었는데
우리의 사업은 12개 팀 중에 항상 꼴찌였다. 
 
중고폰을 사고 판다는 개념조차 낯설었고, 개인정보의 우려도 있고, 돈이 안 벌릴 거 같다는 의견들이 달렸다.
(이때라도 이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여러분 똑똑하시네요. 딱 그 이유로 망했습니다)
 
작용 반작용처럼 안 좋은 악플(?)이 많을수록 우리의 독기 또한 차 올랐다.
아니 너희가 뭔데 나를 판단해! 우리는 셀폰이야 우린 증권사도 퇴사하고 지금 중고폰을 만지고 있다고!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싶겠지만, 그땐 좀 치기 어렸다)
 

뭔데 날 판단해!

 
우리 개발자 친구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은 독기와 똘기가 가득했던 친구라
안 좋은 평가가 늘어갈수록 집에 안 들어가는 날이 늘어나는 친구였다. (다시 말하지만 참 고맙다, 그래서 덕분에 출시했다)
 
개발자의 안색이 안 좋아질수록 우리의 아이디어는 좀 더 구체화됐고
처음 생각했던 중고폰 거래 플랫폼의 방향 또한 잡혀갔다.
 
1. 개인 간의 중고폰 거래를 중개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허들이 너무나 많다
2.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선 중고폰의 거래에서 구매와 판매를 구분해야 한다
3. 중고폰 구매 시장은 우리가 중고폰을 보유해야 하는 재고의 문제가 있으므로 판매 시장을 먼저 타깃으로 하자
4. 판매 시장에서 중고폰만 전문으로 사는 업체를 소개해볼까? 마치 배달의 민족이 음식점을 소개해주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아이템이 뾰족해지기 시작했고, 한 없이 길고 더웠던 그 해 여름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데모데이라고 하는 최종 평가만 남았다는 뜻이다..
사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고, 데모데이의 결과에 따라서 아이디어를 뒤엎거나 팀을 해체하거나의 갈림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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