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망한 창업자의 N잡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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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 도전기/스타트업

N잡 도전을 시작하며(1)_퇴사

젠틀 2021. 6. 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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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을 살고 싶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직원으로 그리고 창업가로서 지낸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내 마지막 퇴사 이유는 정확히 7년 전과 동일했다. 이 N잡 도전기는 내 시간을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망한 창업가의 기록들을 하나씩 남기기 위함이다. 

(물론 수익형 블로그로 온전히 자리 잡았으면 하는 음흉한 바람이 함께 있다)  

 

 

0.  직업을 확정하다, 저 선배 어디 다닌다고?

군 제대 후 또래의 친구들처럼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며, 복학생의 냄새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 이리저리 술자리와 모임을 기웃거릴 때였다. (물론,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런저런 시시한 농담 속에 시간만 죽이는 술자리에서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개 그 무렵의 술자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직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성 얘기가 주된 화두였다. 

 

술자리가 계속되고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려는 그 순간, 한 선배가 너무나 멋진 외제차에서 내려 그야말로 각이 칼처럼 잡힌 정장을 입고 우리 모임을 향해 인사했다. 

나뿐 아니라 모든 이들은 그의 화려한 등장을 넋을 놓았고, 그날의 주인공은 단연코 그 선배가 되었다.

(내가 여자였어도 그 선배에게 반했을 정도였다, 그때 그가 타고 온 검정 세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차가 내 첫 드림카였고 지금은 캐피털의 힘을 빌렸지만 나도 그와 동일한 차를 사게 되었다.)

벤츠사진
학생의 눈에선 정말이지 영롱했던 차였다

술자리가 끝나고, 그 선배와 잘 알고 있던 친구에게 그 선배의 근황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몇 학번, 무슨 과이고, 무슨 일을 하기에 저렇게 멋있는 차를 타고 다니는 거냐 등등등, 친구는 술 취한 내 물음에 친절에 친절을 더해 끝까지 대답해 주었고 "아 그 형 증권사 다녀"라는 직업의 힌트를 알려주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 선배는 그냥 금수저였다.. 증권사를 다녀서 그런 고급차를 샀었던 게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란 노래처럼 그때부터 내 직업적 소원은 오직 증권사 하나로 귀결되었고, 나는 다른 모든 곳은 차치하고 증권사 취업에만 목숨을 걸었다.

취준생 시절에도 그 흔한 일반 기업 그리고 같은 금융권이라 할 수 있는 은행에도 원서를 넣지 않고 오로지 증권사에만 원서를 넣었다. 나를 뽑지 않으면 누구를 뽑냐라는 이른바 똥 배짱으로, 한 곳만 바라보고 팠기에 나는 그토록 바라던 증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N잡 도전기에 앞서 직업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것은 대학시절 전부를 할애했을 만큼 가고 싶고 준비했던 회사였지만, 정말 사소한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음을 이야기하고파서였다.)

 

 

1.  퇴사를 확정하며, 부장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첫 직장을 다니며 느꼈던 것은, 분명 삶의 주인은 나이며 시간의 주인은 나인데, 전혀 내가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내 시간은 점심시간이라는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중간중간 농땡이를 빙자한 짧은 휴식시간과 퇴근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 시간뿐이었다. 

 

나는 퇴근 후와 주말만을 바라보며, 기나긴 하루를 근근이 버텨내는 직장인이 되었던 것이다.

아주 짧게나마 존재했던 총기와 번뜩이는 눈은 점 점 일상에 찌든 동태눈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신입 시절 선배들을 바라보며 동태눈이 되지 말아야지 했지만, 나야말로 전형적인 동태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일과를 하루하루 지내던 중 명동 근처로 회사를 다니던 여자 친구가 짬을 내서 여의도 근처로 놀러 왔다.

"아, 생각해보니 그날은 우리의 기념일이었다"  기념일에도 큼직한 업무들이 계속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배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여자 친구와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 없다니", 이것이 내 단순한 퇴사 이유였다.

 

정말 그 이유였다. 

 

애초에 흙수저로 태어나 가진 것이 별로 없었던 탓에, 세상에서 거의 유일한 나의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 조차 나는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시간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내 일과는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행복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할수록 내 행복과 내 시간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학자금으로 대변되는 빚이 남아있었지만, 그때의 그 모든 것들은 코끼리가 개미를 바라보듯 사소한 것처럼 작게 느껴졌다. 

리처드 칼슨이 말한 것처럼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를 한동안 주문처럼 말하고 다녔다. 

(이 학자금은 퇴사 후 창업과정에서도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아 물론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사소한것에 목숨을 걸었어야 했다

 

"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부장님은 훗날 잘 됐을 경우 본인에게 꼭 연락해달라는 보험(?) 아닌 보험을 정말 수차례 강조하셨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망했습니다. 부장님은 계열사 임원으로 승진하시고 지금은 퇴직하셨으니 결과적으로 잘 되셨다..)

 

약 3년간의 짧다면 아주 짧고 길다면 길었던 직장 생활은 그렇게 단순한 퇴사 이유로 끝이 났다.

 

그렇게 나는 내 시간을 살기 위해 퇴사했다.

 

(이렇게 퇴사를 한 후 본격적인 창업과 폐업, 그리고 재 취업과 또다시 퇴사, 그리고 지금 N잡 도전을 하는 7년간의 긴 미래가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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